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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낙태(落胎, Abortion) 개요

낙태(落胎, Abortion) 개요

낙태의 죄

자연 분만 이전에 자궁에서 발육 중인 태아를 인공적으로 모체의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 좁은 의미로는 모체 내에 있는 태아를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 정식 명칭은 ‘임신 중절 수술’이나, 일반적으로 ‘낙태’란 표현이 자주 쓰이고, 또 형법상에서도 ‘낙태’를 정식 명칭으로 하고 있다.

형법상으로는 넓은 의미의 낙태 개념이 인정되기 때문에 태아를 모체에서 배출시킨 뒤 살해할 경우 낙태죄 외에 살인죄도 별도로 성립한다. 다시 말하면 국내법상으로는 태아를 모체의 몸 밖으로 꺼내는 순간 낙태죄가 성립되고 태아는 살아서 모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인간으로 인정되므로 인간을 죽이는 것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살인죄가 성립되는 것.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른 적법한 것도 여기에 포함되나 대개 좁은 의미로 불법적인 임신중절만을 뜻한다. 이것은 임신부 스스로 행하는 것이든 타의에 의하여 시행되는 것이든 간에 모두 해당된다.

의사에 의한 합법적 임신 중절이란 임신의 지속으로 모체의 건강이 현저하게 나빠질 우려가 있거나 악질적인 유전적 소인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태아가 모체 밖에 나와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는 의사가 시술한 경우에도 형법상 낙태죄에 해당된다. 참고로 의료인이 불법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는 일반인이 낙태한 경우보다 가중 처벌되는 부진정신분범이다. 여기서 말하는 악질적 유전 소인은 태아가 태어나더라도 생명을 존속하기에 지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예상 수명 및 생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유전병이나 선천성 기형, 혹은 RH식 혈액 부적합 등)를 말한다. 모든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병이 해당한다는 말은 아니다. 우생학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낙태죄의 경우 현실에선 거의 사문화된 법이다.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도 부모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처벌이 안 되는 것이 아니며, 단지 국가가 처벌을 안 하고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인구 구조 변화나 사회 가치관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낙태 허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도 밑에 이유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을 불합리한 이중잣대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태아의 생명권’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시각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낫다. 태아의 생명권=자연인의 생명권으로 본다면야 이중잣대가 맞겠지만, 태아의 생명권이 자연인의 생명권보다는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이중잣대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낙태를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 시각차가 이 모든 찬반논쟁을 불러온 쟁점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 중 하나가, 낙태 금지론자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태아의 장애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만 낙태를 허용하자는 입장이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법에서도 낙태가 허용되는 특별한 장애를 ‘출산 이후 생명 유지 자체가 힘든 경우’에 한정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아주 위험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큰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태아와 자연인의 권리 문제 역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부분. 예를 들어, 강간 등에 의하여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낙태찬성론자들도 동의한다. 그런데 종종, 태아의 생명권을 중심으로 낙태 금지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태아의 생명권이 침해될 수 없는 것이라면 왜 강간으로 인해 생긴 태아는 낙태해도 된다는 거냐, 나쁜 건 강간범이지 태아가 아닌데, 강간범의 잘못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냐’는 반론에 부딪힌 사례도 있다.

이건 매우 이기적인 주장이다. 강간 피해자가 낙태를 하는 이유는 강간에 대한 기억의 파편을 지우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애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어도 그게 어디 사람 맘대로 되겠는가? 과연 그 아이를 엄마는 키울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이유로 강간 피해자에게도 낙태 시술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해당 논법은 사실 낙태 금지론자의 주장이 아니라 낙태 허용론자가 금지론자의 주장을 논파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는 점이 함정. 강간 피해자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 시술을 허용한다는 것은 곧 ‘특수한 상황에서는’ 산모의 안정적인 삶과 행복추구권을 우선시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고, 그렇다면 ‘산모의 권리를 우선시 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란 어떤 것이며, 왜 그런 경우만 특별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물론 강간으로 인하여 임신된 아이를 낳아서 키우라는 것은 터무니없이 잔인한 요구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등으로 가족이 파괴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부양할 여력이 없는 자식을 그래도 낳아 키우라고 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자식을 평생 돌보면서 ‘이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기도하는 것은? 평생동안 미혼모라고 손가락질 당하면서 가난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은 잔인하지 않은가? 요컨대 낙태 금지론자들도 현실적인 한계 내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해야 하는 상황’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못하고, 이 때문에 낙태 허용론과 금지론의 차이는 본질적인 원칙의 차이라기 보다는 허용 범위에 대한 정도의 차이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일부 낙태 금지론자들이 낙태의 금지/허용 문제를 도덕적 원칙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짓밟는 행위이므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식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는, ‘출산 후 연명을 기대하기 힘든 선천적 질환을 가진 태아’의 낙태는 허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 대해서도 생명권의 불가침성을 따진다면 기대 수명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그 때문에 생명권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설령 질병으로 오늘내일 하는 사람이더라도 죽이면 살인이고, 건강한 사람을 죽인 것보다 도덕적, 법적 책임이 작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낙태 문제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지만 이 권리와 상충관계에 있는 다른 권리들의 관계를 따져 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여하간 대한민국의 현행법 상 모자보건법을 통해 근친상간, 강간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을 때와 임신 중독 등의 사유로 산모가 위독할 경우, 몇몇 전염병을 가진 경우(시행령을 통해 풍진 등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 질환을 임산부가 가진 경우에만 전염병을 사유로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정작 태아가 전염병과 무관하게 기형아일 때는 낙태가 인정되지 않고 그냥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한다). 특이하게 우생학적 사유를 이유로도 낙태를 허용하는데 이에 관한 실사례 아시는 분 추가바람. 덧붙여 2009년자로 태아가 기형인 경우에서 다운 증후군과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심장 기형이 빠졌다. 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무분별한 낙태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서는 인간의 시기(始期)에 대해서 다수설은 전부 노출설을 취하고 있으나 형법에서는 다수설과 판례 모두 진통설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출산을 위한 주기적인 진통이 시작된 이후에 행해지는 낙태는 낙태가 아니라 살인이 된다. 낙태죄는 추상적 위험범이기 때문에 낙태에 착수해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면 낙태의 기수가 된다. 따라서 의사가 모체 밖으로 진통 전 태아를 배출시켰으나 태아가 살아있었고 그래서 별도의 행위(ex:독극물 주사 등)로 살아있는 태아를 살해할 경우에는 업무상동의낙태죄 기수와 살인죄 기수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벌받는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32년(실체적 경합범의 계산법은, 1) 제일 중한 죄의 장기에 1.5배를 곱하나, 2) 각 죄를 모두 합한 것을 넘을 수 없다. 따라서 2번 계산법에 따라 30+2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이렇게 살인죄와 업무상 동의낙태죄가 경합이 되더라도 (여타 웬만한 생활범죄에 대한 판결도 그렇듯) 제일 짧은 형을 골라서 (위 사례에선 5년) 작량감경을 하면 징역 2년 6개월이 나오기때문에 집행유예도 가능하긴 하다.

현재 낙태의 미수범이나 예비·음모는 처벌하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타인에게 낙태를 종용하여 상대가 응한다면 낙태죄의 종범 내지는 교사범으로 처벌을 받지만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강제로 권한 경우에 한해 강요죄만이 논의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낙태의 미수범과 예비·음모를 처벌하도록 형법이 개정된다면, 임신한 사람에게 낙태를 권하는 모든 행위가 처벌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