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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국내 거주 이주여성의 인권실태와 과제

국내 거주 이주여성의 인권실태와 과제

 

                       한국염(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청암교회 담임목사)

 

  들어가는 말

 

유엔은 1985년 제40회 총회에서 “체류 국의 국민이 아닌 개인의 인권에 관한 선언”(약칭 외국인의 인권선언)을 채택한 후에 1990년 12월 18일 열린 제69차 총회에서 ’모든 이주(외국인)노동자 및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약칭 ‘외국인노동자권리협약’을 채택하였다. 이 외국인노동자권리협약의 취지는 이주(외국인)노동자로 분류된 사람은 그 법적 지위 즉 체류의 합법, 불법 여부에 관계없이 인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오랫동안 비준하는 회원국가가 규정에 미치지 못해 발효되지 못하다가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주(외국인)노동자권리협약’에 비준을 하지 않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렇게 규약이 채택된 후에도 13년이 지나서야 발효되고, 또 우리 나라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수입국 대부분이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바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주소이다.

 

 1. 한국 사회에서 고통받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때리지 말고 말로 하세요. 우리는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에요.”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자고 계속 일만 할 수 없어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에요.”

“언제 체포되어 강제로 추방될지 두려워요. 우리도 마음놓고 노동자로서 일하고 싶어요.”

 

2002년 말 현재 우리 나라에 들어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약 4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이른바 ‘불법체류자’라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289,239명으로 80%에 이르고 10%가 산업연수생이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10%에 불과하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가지 않는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소위 3D업종(difficult, dangerous, dirty)에서 일하며 한국경제에 일손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 저임금, 신분증 압류, 외출금지 등 인신 구금, 폭행, 욕설, 강제적립금, 산업재해, 임금체불 등 다양한 범주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노동권 침해와 기본권 침해, 연수제도의 폐해 등 다양한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들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①법적 지위의 취약성 ②열악하고 차별적인 근로환경(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언, 폭행, 비하 등) ③자유롭고 안전한 사회생활의 억제(여권과 신분증 압류, 감시, 외출통제, 감금 등) ④언어소통과 배타주의적 문화에의 적응곤란 ⑤사회복지 서비스의 부족 ⑥ 비인도적인 단속과 추방 ⑦국제결혼생활의 문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원인

 

1997년 입국한 방글라데시아인 하피지(28)도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받은 피해자의 한 명이다. 그가 입국해서 맨 먼저 배운 말은 “니네 나라로 가, 이 새끼야!”였다. 일이 서투를 때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할 때도, 회식을 하다가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할 때도, 그는 항상 이런 욕설과 함께 “시꺼먼 놈이 뭐 하러 왔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 이렇게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원인에 대해 성공회대학 박경태 교수는 일반적 원인들과 한국사회 특수성에서 오는 차별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 원인으로는 사회심리학적 원인, 민족중심주의와 사회화,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열거할 수 있다.

첫째, 사회심리학적 원인으로서 사람들은 같은 범주로 구분되는 개체들을 모두 그 범주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려는 범주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범주화가 지나치면 고정관념이 생기고 이 고정관념은 해당집단의 모든 개개인이 특정한 속성을 가지는 것으로 과도하게 일반화된다. 따라서 불평등한 소수와 다수의 관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소수집단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개인 특성에 의한 것으로 돌림으로써 다수집단이 느낄 수 있는 도덕적 모순을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사회적 제약 때문에 억압된 본능의 좌절을 심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기성의 권위 대신 안전한 표적을 찾는데, 이 때 힘없는 소수자는 매우 안전한 표적이어서 좋은 희생양이 된다.

둘째, 민족중심주의는 외부인을 의심하고 다른 문화를 자신의 문화에 비추어 평가하는 것으로, 외부인은 이방인, 야만인 혹은 도덕적으로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특히 경제적으로 열등한 나라의 문화는 대체로 미개하고 열등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고 미국으로 상징되는 ‘백인’의 문화는 고급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일단 형성된 편견과 차별은 사회화를 통해서 세대간에 전승되어 새로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된 사람들도 그 문화를 그대로 습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셋째, 경쟁과 적자생존을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란 불평등한 체제는 우월한 자에 대한 축복, 열등한 자와 경쟁에서 낙오된 자에 대한 가차없는 배제를 초래하였다. 결국 민족주의, 국가주의와 결합된 집단 이기주의는 소수자, 이주노동자의 차별을 당연시하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 차별 원인에 덧붙여서 한국사회만 갖고 있는 차별의 특수성이 있다. 한국사회는 일제시대의 식민지 경험을 하면서 해방을 위해 민족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것은 배타적인 민족주의로 성장하여 외국(인)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6?25 전쟁을 거치면서 겪은 냉전과 그 이후에 형성된 경제발전 지상주의는 우리 사회의 민족주의를 더 강화시키고 배타성을 확산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분단상황이 유지되고 대미 의존적 구조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은 점점 더 내재화되고, 여기에 미디어에 의한 왜곡은 이러한 차별을 심화시켰다. 대부분 한국의 대중매체는 미국의 영향으로 인해 백인(미국인)만이 우호적으로 묘사되고 비백인(흑인, 황인 등), 이슬람권, 공산권에 대한 지독한 편견을 갖게 만들고 있다.

한편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쓴 오슬로대학의 박노자 교수는 민족주의라는 미명  하에 집단주의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를 그 원인으로 들고있다. 집단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생명과 행복쯤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야만적인 집단주의, 남성적인 폭력으로 집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저질의 폭력숭배, 인간의 존엄성을 위시하여 보편적인 인권들을 비웃고 부정하는 현대적 보편주의와 관대함의 부재, 무엇보다 가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집단광기는 바로 극좌와 극우의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3.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노동자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여성들은 유입과정과 일의 성격을 기초로 하여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산업연수나, 개인적 인맥 등을 통하여 들어와서 정규직, 비정규직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2)결혼알선업체,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등을 통하여 국제결혼의 형태로 들어오게 된 이주여성,

3)연예인 비자(E-6)를 통해 입국하여 성산업에 유입된 이주여성이다.

 

 1.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외국인이주여성노동자는 전체 이주노동자 중 37.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외국인이주여성노동자들은 크게 생산직에서 노동하는 여성과 성 산업(유흥산업)에 유입된 여성, 식당이나 다방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으로 나눌 수 있다. 생산직에는 동남아시아와 몽골에서 온 여성들이, 성 산업에는 필리핀과 구 소련계 여성들이, 식당과 다방, 여관 등에는 중국동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남성노동자와의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성희롱, 강간 등 성폭력과 같은 이중의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생리휴가는 물론, 임신, 유산 후에도 사업주의 눈치를 보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서, 여성권은 물론 모성권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것을 밝히고 시정하기 위해 1995년경부터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나 국제모임에서 이주여성노동자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들 조사를 통해서 외국인여성이주노동자들은 1)여성 차별적 임금과 대우 2)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의 부재 3)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4)성 산업에의 유인 강요 5)여성기숙사의 부족과 같은 특유한 인권문제에 노출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성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2002년도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에서 발표한 “이주여성노동자실태조사”를 통해서 외국인이주여성노동자들의 인권상황을 알아보자.

   

(1) 여성이주노동자의 주거지와 근무환경

일주일 근무시간은 67~88시간 이하가 38.2%로 가장 많았으며, 49.2%만이 한 달에 4일 정도 휴일이 있었다. 월 평균 임금으로는 53~100만 원 이하가 70.7%로 가장 많았으며, 36.7%가 현 직장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하였고, 23.4%가 2번 정도 직장을 옮겼다고 하였다. 직장을 옮긴 이유로는 임금이 낮아서가 34.4%로 가장 많았다. 직장생활에서 장시간노동 30.2%, 열악한 작업조건 27.4%, 직업병 19.1%, 산업재해 9.2%, 임금체불 21.5%, 저임금 29.9%로 문제가 된다고 하였다. 또 15.1%는 한국 노동자와의 갈등이 문제가 된다고 하였고, 22.2%는 상사와의 갈등에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언어폭력에 있어서는 15.2%가, 성희롱 9.4%, 폭행 8.2%, 성폭행 4.4% 순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불친절하고 차별하는 것에 있어서는 사장 30.7%, 상사 19.3%, 동료 한국인노동자 16.2%, 가게주인 8.9% 순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으로는 음식이 19.6%, 의복 12.2%, 주거/숙소 16.9%, 금전 35.3%, 성생활 9.5%, 건강 25.5%, 기후/날씨 18.1%, 의사소통 31.9%, 문화적 갈등 23.9%, 여권/비자 39.5%, 브로커 갈취 9.7%, 불법체류에 대한 신고위협 38.3%이 문제라고 하였다.

많은 수의 여성 이주노동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한 달 내내 휴일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임신, 유산 후에도 업무부담이 줄지 않고 강도 높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법을 어기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여성이주노동자가 불법체류로 인해서 사업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임신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사업주가 여성이주노동자가 불법체류라는 것을 약점으로 잡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명무실한 근로기준법을 강화하고, 사업주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단체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들이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를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불법체류로 인한 여성이주노동자들의 피해는 매우 크다. 장시간 근무강요는 물론이고, 저임금, 임금체불, 성폭행, 폭행/폭언 등 인권침해 사례가 매우 많다. 그럼에도 여성이주노동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어도 혼자 참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였다. 이런 이유는 오히려 고민을 이야기하였다가 강제출국을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해자가 또 다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부당한 구조를 양성하게 된다. 70% 이상의 많은 여성이주노동자가 상담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실제 상담소에서 고민을 이야기한 많은 여성이주노동자가 도움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만큼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상담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2) 여성이주노동자의 성, 임신, 출산실태와 관련하여

 

생리휴가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64.1%가 모른다고 하였고, 56.7%가 사용하지 안하겠다고 하였으며, 46.8%가 임금삭감의 두려움 때문에 생리휴가를 포기하고 있었다. 15%가 한국에서 임신한 경험이 있는데 이들 중 29.1%가 임신 중에 정기검진을 받지 못하였고, 57.7%가 임신 후에도 힘든 일을 해야 했고, 66.7%가 해고당할까 무서워 임신사실을 숨겨야 했다. 임신한 여성이주노동자의 56.3%는 한국에서 유산 경험이 있었으며, 유산 후 40.0%가 1주일도 안되게 휴식을 취했고, 61.6%가 유산 후 작업 복귀 시 일하기가 힘들었다고 하였다. 유산 후에도  57.1%는 작업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27.1%는 귀국 등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임신을 기피하고 있었다.

여성이주노동자의 과반수이상은 기혼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임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업장은 임신 여성을 위해 적절한 배려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고, 힘든 일이 있어도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히려 임신을 한 여성이주노동자가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임신 중에도 정기검진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으며, 그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을 해서 유산을 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주노동자가 반 이상이 되는 것도 여성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신한 여성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모성보호센터가 전무한 실정이다. 불법체류자인 여성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사업주를 통해 업무변경을 중재해주고, 임신?출산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모성보호센터의 설치가 매우 중요하다.

 

(3) 여성이주노동자의 성폭력 실태와 관련하여

 

사업장 내 성폭력 경험에 있어서는 12.1%가 있다고 하였으며, 30.4%가 신체를 만지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였고, 55.6%가 한국인 직장상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였다. 성폭력은 55.0%가 퇴근시간 이후에, 56.3%가 작업장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그러나 38.9%는 성폭력 발생 후에 아무런 대처 없이 혼자서 참고 있었으며, 28.6%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림으로 해고를 당했다고 하였다. 성폭력 피해 이후 52.6%가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였다. 성폭력에 대해서 66.7%는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70.6%는 성폭력 가해자가 법적으로 처벌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해여성의 72.2%는 성폭력 피해자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담소나 피난처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33.3%가 성폭력 예방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고자 하였다.

성폭력이 발생하는 시간은 주로 퇴근 이후였고, 사업장 내에서, 주로 한국인 사업주나 상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는 한국인이고 직장상사라는 이유로 업무를 가르쳐주는 척하면서 성폭행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폭행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여성이주노동자는 저항할 힘이 없다. 저항을 해도 결국은 직장상사가 불법체류를 신고한다고 위협을 하거나 부당한 이유로 오히려 여성이주노동자가 어려움을 겪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성폭행으로부터 여성이주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마련이 시급하며, 효과적인 예방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상담소를 통해서 실시할 수 있으며, 지역병원과 변호사,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유관기관과 함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책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 ‘빈곤의 여성화’’가 가속되고 있다. 특히 Asian Migrant Center가 발행한 ‘Asian Migrant year Book 2000’의 통계에 의하면 가난한 아시아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외국인여성노동자의 수는 남성노동자 수에 못 미치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의하면 곧 남성 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여성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2.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의 경우

 

사레1) 사기로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의 이야기

 

  본 센터의 여성쉼터가 마련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 두 명의 젊은 여성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채 한 한국 사람의 도움으로 찾아왔다. 6월 19일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그들이 일할 장소가 애초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약속과 달리 유흥업소 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6월 21일 숙소에서 도망쳐 피신을 온 것이다. 류바(26살)는 아버지가 한국인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영어학을 전공하던 중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 오기로 결심하였다. 비까(22살)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일하다가 이혼을 하고 한국에 오기로 결심하였다. 한국 입국을 알아보던 중 취업비자로 입국을 시켜 주겠다는 중개인 조직의 안내로 한국에 오게 되었다. 그러나 취업비자라는 약속과는 달리 B-2비자(관광, 통과 목적)를 이용해 정상적인 일자리가 아닌 유흥가의 클럽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와 있던 외국 여자가 구타당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이들은 탈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숙소에는 10여명의 외국 여성들이 있었는데, 그곳 관리자는 이들이 들어서자마자 한 여성을 개 패듯이 패며 "앞으로 도망치면 너희들도 이렇게 된다"고 위협하고 이들이 일할 클럽을 보여주면서 "손님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절하면 맞는다"고 겁을 주었다.  원래 계약에는 첫 달 월급을 소개비로 주고 또한 계약을 어기면 2천 달러를 상환해야 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계약 조건과는 달리 음식점 종업원이 아닌 유흥업소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2천 달러를 갚을 수도 없어서 이들은 탈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미용실 가는 시간을 이용해 이들은 그곳을 탈출하였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친구를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고 한국 친구의 도움으로 센터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센터를 방문했을 때 그녀들의 눈빛은 한국인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찼었고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 류바는 한국인에게 영어 개인 교습을 하고 돈을 벌어 귀국하였고 비까는 식당에서 일을 하여 귀국하였다.

기획사에서는 이들을 체류지 이탈로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였고 센터에서 출입국사무소로 매춘강요에 대한 공문을 발송해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통계에 의하면 생산직에 종사하는 이주여성들 가운데 10.9%가 성매매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을 정도로 성산업에로의 유인강요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주여성의 성산업에로의 유입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유입과정이 대부분 인신매매 과정을 걸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인신매매는 성산업 또는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상담소들의 상담 접수 사레에 의하면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이주여성의 경우 생산직 공장 취업 미끼, 국제결혼을 빙자한 경우, 공연예술 빙자 등 전형적인 취업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공연예술비자로 들어 온 여성들의 경우에 성매매 현장에로의 유입이 심각한 현상이다. 이들 중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매매인 것을 알면서도 택한 여성들 경우도 있는데, 빈곤의 여성화가 빚어낸 폭력이다.

    세움터의 김현선에 의하면 1996년 이전에는 노동자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 중 소수가 공장에서 실직하거나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가난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성매매 업소로 유입된 경우가 있다. 그러나 1996년 이후 미군기지촌의 성매매 업주들의 합법적인 조직인 특수관광업협회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외국인 여성들이 국내 성매매 업소로 인신매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산업 업소에서의 외국인 여성 문제는 최근 2002년 4월에 미국 폭스사의 외국인여성 강제 성매매와 인신매매 의혹사건 방영, 2003년 8월의 타임지 아시아 판 보도, 성산업 업소에서 도망친 필리핀 여성의 신고를 받은 필리핀 대사관의 사건해결요청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2001년 7월 12일에 미국무성이 한국을 인신매매 3등급으로 보고하는 자료를 내어 국내에서 논란이 일어난 바가 있다(2002년 2차 보고서에는 1등급 국가로 상향 조정하였다).   

 

사례2) 한 인신매매 피해여성의 이야기

  

  “업주들은 이 여성들에게 한 달에 쥬스를 200잔 이상 먹기를 강요합니다. 물론 클럽 내에서만 한달에 200잔 이상 마신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그들은 티켓을 끊어 이차를 나가야 합니다. 티켓을 끊는다는 것은 곧 성매매를 하는 거예요. 이른 시간에 끊으면 300$, 늦은 시간에 끊으면 150$ ~ 200$에도 된답니다. 이 금액에서도 업주는 70%를 갖고 여성에게는 30%를 주지요. 이 돈은 여성들에게 직접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쥬스 잔으로 계산됩니다. 한 번 이차를 나가면 쥬스 몇 잔을 판 것으로 계산되는 것입니다. 때때로 한국 손님들도 들어오는데 그들은 한국돈 20 ~ 25만원씩 지불하고 여성을 데리고 나갑니다.

   여성들은 성매매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달에 티켓이 200잔 이하가 되면 업주로부터 심한 말을 듣거나 월급을 착취당하고, 심한 경우 폭행을 당하거나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추방당하거나 다른 업소로 팔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여성들이 영업시간 이외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금하고 감시합니다. 여성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클럽 영업이 끝나면 숙소로 들어가서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낮에는 잠깐 동안 밖에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여권도 업주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클럽 주인들은 완전히 포주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다가 여성이 몸이 아프거나 임신이 되어도 본인의 돈으로 낙태수술도 받아야 낙태수술도 받아야 하고 약값도 지불합니다. 돈이 없는 경우에는 이런 비용도 빚이 됩니다. 임신한 여성들 중에는 아기를 낳기를 바라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낙태를 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으로 에이전시에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야만 합니다. “

 

   이 여성의 이야기는 인신매매로 들어 온 외국인 여성이 성매매 업소에서 당하는 고통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성산업으로 유입된 외국인여성 대부분이 여권을 업주에게 압수당하고 나체쇼나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화대를 착취당하며 위협이나 협박, 구타, 강간 등의 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를 신고하면 무조건 추방되면서 범죄조직의 협박에 노출되기 때문에 한국정부에 신고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한다. 

   정부 조사 자료에 의하면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한국여성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이 자리를 공연예술비자(E-6비자)를 갖고 들어온 외국인 여성들로 대치되고 있다. 그 가운데 기지촌은 성산업으로 유입된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구 소련권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가 심각하며 대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근 공연예술비자(E-6)로 들어 온 여성들에 대한 성산업 유입이 문제되자 정부는 2002년 6월 1일자로 무희로 들어오는 E-6비자를 중단했다. 그러나 외국인이주노동자상담소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무희 대신에 가수나 다른 직종, 심지어 국제결혼으로 위장하여 들어와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들 성산업으로 유입되어 피해를 입고 있는 외국인여성들을 위해 쉼터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는 있으나 일단 강제출국 시키는 것으로 사건 종료를 하기 때문에 외국인여성의 성산업 유입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돈 벌러 온 이들에게 출국조처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인신매매 업자들의 범죄단서만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들 여성의 문제는 성적 착취와 인신매매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밀입국이나 불법취업, 윤락행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매매 피해 당사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상황 하에서 어느 외국여성이 신고를 하겠는가?  신고 시에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와 신고자, 탈출자에게 새로운 직업을 알선해 주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여성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에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를 금하고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한 피해보상과 보호시설 제공 등 적극적이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인신매매와 성매매피해 외국인여성들을 위한 제반의 조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성매매 착취는 국제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 국가적인 공조와 여성운동 단체간의 긴밀한 협조가 요청된다.

     

 3. 국제 결혼한 여성의 실태와 과제

 

   현재 외국인이주여성들의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여성노동자의 국제결혼 실태파악은 잘 안되고 있으나,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여성의 수도 해마다 증가, 2002년에는 11,017명이 입국하였다. 이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5,131명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통계청 2002).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둘의 국제결혼 관계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외국인 남성 노동자와 결혼 하는 한국여성들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남성들 경우이다. 또 다른 경우는 외국인남성노동자와 외국인여성노동자 간의 결혼이다.

   한국인과 외국인과의 결혼한 경우 많은 문제가 파생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곱지 않게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과 몰이해, 문화적 차이와 언어문제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겪는 배우자와 가족 구성원 간에 겪는 갈등문제는 이주여성 당사자의 고통은 물론, 가정해체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될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응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인과의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들은 어려서 아직은 정체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나 앞으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의 경우, 한국인 남편과 살고 있으나 방문동거비자로 체류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외국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복지대상에서 배제되어 있고, 어떤 이유라도 결혼사유가 해소되면 법적으로 불법체류자의 신세로 전락하는 등, 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가난한 제3세계 배우자는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계급차별, 성차별이 복합되어 다중적인 인권침해를 받고 있으며, 그로인해 결혼생활의 위기는 물론 인격 장애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국남성과 제삼세계 외국여성과의 결혼이 브로커를 통해 추진되고 있어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현재 가난한 제삼세계 여성들과 한국남성들과의 국제결혼은 이미 전통적 개념의 결혼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상업화된 결혼시장을 통해 알선된다. 가난한 여성이 가족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데, 그 일은 상업화된 결혼시장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결혼시장의 브로커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한국남성과 제삼세계 가난한 여성과의 결혼은 심한 경우 매매혼의 성격까지 갖고 있으며 사기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그 배우자 여성은 구타와 외출 금지, 의처증으로 인한 학대, 경제를 위한 노동활동 강요 등,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를 볼 수 있다.

 

   나가는 말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 ‘빈곤의 여성화’’가 가속되고 있다. 특히 ‘Asian Migrant year Book’의 통계에 의하면 가난한 아시아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외국인여성노동자의 수는 남성노동자 수에 못 미치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의하면 곧 남성 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여성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북경선언 32조항과 관련된 행동 조항에 의하면 “정부는 외국인여성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여성이주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착취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그 완전한 실현을 보장한다. 불법 체류 여성노동자를 포함한 합법 여성이주자의 힘을 증진시킬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한다”고 명시함으로 외국인여성노동자의 인권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하여 참석한 2001년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이와 관련된 비관용을 철폐하기 위한 세계회의(약칭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에서는 여성이주노동자가 증가하는 비율을 고려하여 이주여성이 직면하는 다중의 장애가 교차할 때, 성차별을 포함한 ‘Gender Issues’ (성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둘 것을 국가에게 촉구하고 있으며 성과 인종차별에 기초한 차별을 철폐하고 이들의 권리와 존엄, 안전을 촉진하기 위한 행동수칙을 개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9년에 발효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과 1999년의 동 협약의정서에 가입하였다. 2001년 ’남녀 평등한 민주인권국가의 실현‘을 목표로 출범한 여성부는 국내의 남녀차별 극복과 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에 관심하여 제도적으로 모성보호, 남녀고용평등법, 직장내 성희롱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외국인여성노동자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성부가 여성이주노동자를 위한 사업으로 국제적 성매매 예방 및 피해여성을 위한 쉼터지원을 사업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성매매로 유입되는 여성이주노동자의 근본적인 인권보장이나 일반 외국인여성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성매매로 유입되는 여성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고 성차별과 성희롱과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반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모성보호, 남녀고용평등법, 직장내 성희롱금지법의 적용은 물론, 한국인남성과 결혼한 외국인이주여성이 불이익을 격지 않도록 법률적으로, 복지적 차원에서 인권이 보호되는 정책과 제도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UN이주노동자협약은 여러 가지 국제 인권규약과 국제노동기구의 이주노동자 관련규약을 참고하여 만들어졌다. 이주노동자를 단지 사고파는 노동력이라는 일종의 상품으로 보고 인권의 차원에서 보지 않는 현실에서, 이제 이주노동자도권리를 지닌, 나아가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이주노동자도 세계인권선언에서 선언된 것처럼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이주하고 노동할 권리가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이 어느 국가에서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 개인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가족 역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