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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나는 가임기 여성이 아니다

나는 가임기 여성이 아니다

출처 : 네이버 페미니즘 블로그


내가 임신이 가능한 사람인 건 아니다

두 달 후면 또 개강을 맞고 과제와 시험에 치일 나
아직 취준생이 되기 싫어 워홀을 가고 싶은 나
취업을 위해 몇 가지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딸 나
취업 후에도 지속적인 경력을 보장받고 싶은 나
사회 생활에 온전히 집중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나

위의 모든 미래를 빼앗기고 
산모의 사망률이 10퍼센트 전후인 출산에서 생존하여
열달 간 모아둔 오로때문에 한 달 이상 산모패드를 차고 다니고
뇌구조가 엄마에 맞게 바뀌어 둔해져 사회 생활에서 민첩함을 잃어버리며
뼈와 잇몸이 물러져 쑤시지 않는 곳이 없는 몸..
하루 종일 아기에만 매달려 주변은 커녕 나도 살피지 못 하지만
육아에 조금만 실수하면 자격 없는 나쁜 엄마, 내 아이 밖에 모르면 맘충
"나"는 없는 인생
나는 현재 불가하므로 가임기가 아니다

내가 월경을 겪는 나이이고 자궁에 병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임신 가능한 여성 n호로 여기는 건
내 찬란한 청춘과 앞으로도 빛날 미래를 개무시하고 나의 자궁만을 탐내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게 국가가 나에게 당당히 저지른 거...

사실 나는 비섹스-비혼-비출산 주의이므로 나에게 가임기는 평생 오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는 나를 자궁 n호로 집계하지 않으면 좋겠다 헬조선아^^*
혹시나 예상치 못 하게 자궁 내에 수정란이 착상된다고 해도 세포따위 빠르게 죽일 거거든...

나의 몸, 나의 인생은 내 것이다
국가의 것도 아니고 남자의 것도 아니고 낳지도 않을 내 아이의 것도 아니다


덧붙여, 나는 "내가 책임 질게"라는 하찮은 말 한 마디에 내 인생을 타인에게 바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 알겠니 구남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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